토요일.

늦은 아침을 해치우고 서핑을 잠깐 하는데.

어무이: 니네 아빠는 왜 날 못이겨서 안달이냐?

나: 왜요?

로 시작한 모자간의 대화..

말꼬리가 이어지고 이어지다

듣게된 어무이의 과거 연애사 ...ㅎㅎㅎ



그당시로서는 꽤나 눈이 높으셨다랄까?

나름대로의 기준에 부합하는 분을 선으로 소개받으셨고

울 어무니야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세째딸인지라..


첫만남에 불꽃이 튀셨단다..

편지 주고받고.. 데이트 몇번했는데..글세..

이남자의 동거녀란 여자가 어느날 찾아왔더랜다..거참...

어무이도 포기 못하는 지경인데 마음을 가다듬고

당신이 정말 날 생각한다면,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주변 정리 깨끗이 한다음 다시 오라고 하셨단다

그런데 정말로 세례를 받고 찾아오셨단다.

그래서 결혼날짜 까지 잡았는데..


아뿔싸...

신문기사에 종종 나는 '변심한애인.....'사건이 발생한것이였다.


(ㅡ.ㅡ;;; 어무이 드라마 많이 보신탓은 아니겠지요??)


그리하여, 동네 챙피하다고 얼마간 서울에 올라와서 친척네 집을 전전하면서

몇가지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배우셨다고 한다
(미용사 자격증을 그때 따셧고, 편직 기술도 배우셔서 매년 겨울이면
전해 입던 쉐타를 뜯어서 새로 떠주시곤했다)


그러다가 경로당 친구셨던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지금의 어무이와 아부지가 만나게 되셨더랬지..
(그래서 그당시로서는 꽤나 늦게 결혼하신거였다)


나: 아부지도 그 사연 아세요?

어무이: 그럼. 다 예기 했지...첨부터 내예기라고는 못하고.
우리동네 이러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나라면 어쩌겠어..라구 물어봤지

나: 아부지 모라셔요?

어무이: 과거지사니까 앞으로 똑바로 잘 살면된다고 하시더라.

.......

결혼해서 서울에서 단칸방에 사는데

끝방에 살던 총각이 그렇게나 추파를 던져서 이사갔다고도 하시고
(내가 그래서 눈이 높다니까 어무이 넘 이뻐욧!,
그나저나 아무리 이뻐도 그렇지 유부녀한테 추파라니 !!!)


아..그러고 보니 수년전 들었던 예기도 생각나네.

어무이: 자 봐라 딴 엄마들은 예전에 다 '수' 맞았다고 하지만 나는 진짜다


(라고 하시면 내밀던 국민학교 1학년부터 6학년때까지의 성적표

정말 전과목 수다. 체육 하나만 우)


나 :아니 체육은 왜요?

어무이: 그게 애들이 놀려서 내가 못뛰었잖니..

나: 놀려요?

어무이: 멀리뛰기하는데 애들이 '미국년 잘뛴다 미국년잘뛴다' 그러구 놀리는데
어떻게 뛰어.

나: 근데 이런거다 모아두세요?

어무이: 응 그래. 자랑 하구 싶어서 모아둔다...


어무이: 한번은 결혼전에 월남전 군인하고 펜팔했던편지를 가지고 있다가
니 아부지 한테 걸려서 대판 혼났잖니..

나: 푸하하하..펜팔도 했어요?

어무이: 그럼~~



*^^*

재밋게 사시는 울엄니~

행복하게 오래 사세요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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